소개
Calypso · 한국 인물· 공유받은 글

붕대 감고 23년을 더 썼다

1971년 9월, 박경리가 유방암 수술 보름 만에 책상에 다시 앉았다. 23년을 더 썼다.

↓ 스크롤
CH. 1

박경리가 다시 책상에 앉았다

1971년 9월. 박경리가 가슴에 붕대를 감고 책상 앞에 앉았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보름 만에 퇴원한 날이었다. 박경리는 그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쓰던 원고를 다시 썼다.

박경리가 수술 뒤 토지를 더 쓴 시간
23

박경리가 1969년부터 쓰던 소설은 대하소설 토지. 5부 16권짜리 책이었다.

CH. 2

1950년, 남편 김행도가 사라졌다

박경리는 1946년에 결혼했다. 4년 뒤 남편이 사라졌다.

남편 김행도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좌익에 연루돼 서대문형무소로 끌려갔다. 박경리는 다시 김행도를 만나지 못했다.

남편이 떠난 뒤 박경리는 어린 딸을 데리고 통영으로 내려갔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이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작가의 길이 시작됐다.

1969년
박경리 44세
1994년
박경리 69세
CH. 3

박경리가 멈추지 않기로 했다

1971년 8월. 박경리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토지 1부를 현대문학에 연재하던 중이었다. 박경리는 수술을 앞두고 한 줄을 남겼다.

삶에 보복을 끝낸 것처럼 평온한 마음이었다.
박경리 회고

9월에 수술. 보름 만에 퇴원. 박경리는 가슴에 붕대를 감고 책상 앞에 다시 앉아 토지 1부 원고를 마저 썼다.

CH. 4

1974년 사위가 잡혀갔다

사위는 시인 김지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박경리는 외손주를 받아 키웠다. 1980년에 박경리가 원주 단구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토지 4부와 5부를 원주의 집에서 썼다.

25년이 걸린 소설의 끝은 한 날짜로 정해져 있었다.

토지 소설 속 끝
1945년 8월 15일
박경리 집필 끝
1994년 8월 15일

박경리는 49년 시차를 두고 토지 속 광복과 같은 8월 15일에 도착했다.

CH. 5

1994년 광복절 새벽, 토지가 끝났다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 원주 단구동.

박경리가 토지의 마지막 줄을 썼다. 양현이 서희에게 뛰어와 일본의 항복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어머니, 이,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토지 마지막 문장

토지는 1897년 한가위, 음력 8월 15일에 시작해 1945년 8월 15일에 끝났다. 44세에 시작한 글을 박경리는 69세에 내려놓았다.

— 끝 —
카톡 한 줄

박경리가 25년 만에 토지의 마지막 줄을 쓴 1994년 8월 15일 새벽, 소설 속 광복도 같은 8월 15일이었다.

공유한 글은 영원히 남아요. 받은 사람도 같은 글을 볼 수 있어요.

출처 (6)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