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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 글로벌 휴머니티· 공유받은 글

사랑에 빠진 1분이 우주로 떠났다

1977년 여름, 미국. 스물일곱 살 앤 드루얀이 자신의 뇌파를 녹음했다. 그 1분이 지금 약 260억 km 밖을 날아간다.

↓ 스크롤
CH. 1

한 사람의 뇌파가 우주로 떠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 약 260억 km 떨어진 곳을 금속 원반 한 장이 날아간다.

그 원반에는 한 사람의 뇌파가 녹음돼 있다. 약 한 시간 동안 기계로 받아낸 뇌 신호를, 1분으로 압축한 소리다.

원반이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
약 260억km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가장 멀리 간 것이다

사람 하나 없는 우주로, 왜 한 사람의 뇌파가 떠났을까.

CH. 2

앤 드루얀이 음악을 맡았다

1977년, 미국 항공우주국이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두 탐사선에는 언젠가 만날지 모를 외계의 존재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금색 원반이 한 장씩 실렸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원반에 무엇을 담을지 정하는 위원회를 맡았다.

원반에는 지구의 사진과 90분 분량의 음악, 그리고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담겼다. 55개 언어 가운데 하나는 한국어였다.

안녕하세요
보이저 골든 디스크에 실린 55개 언어 인사 중 한국어

음반에 담을 음악과 소리를 모으는 일에, 스물일곱 살 앤 드루얀이 앞장섰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과 몇 달을 붙어 일했다.

CH. 3

앤 드루얀이 사랑에 빠졌다

1977년 여름, 음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몇 달을 함께 일하는 사이,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은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약속하고 며칠 뒤, 앤 드루얀이 한 가지를 결심했다. 자신의 몸이 내는 전기 신호를 음반에 담기로 한 것이다. 앤 드루얀은 약 한 시간 동안 기계에 연결돼, 자신의 뇌파를 녹음했다.

사랑에 빠진 스물일곱 살 여자의 감정이, 그 음반에 담겨 있어요. 영원히.
앤 드루얀

녹음한 소리를 1분으로 줄여 음반에 새기는 일만 남았다.

CH. 4

압축된 1분이 폭죽처럼 터졌다

약 한 시간 분량의 뇌파가, 1분으로 압축됐다.

1분으로 줄인 신호는 폭죽이 연달아 터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압축된 1분 안에는 앤 드루얀이 녹음하는 동안 떠올린 것들이 들어 있었다 — 지구의 역사와 문명, 그리고 막 결혼을 약속한 사람.

보이저는 태양에서 가장 빠르게 멀어지는 물체다. 초속 약 17 km로 날아간다. 그런데도 어떤 별 곁을 처음 스치는 데만 약 4만 년이 걸린다. 음반에 담긴 메시지를 누가, 언제 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이저가 어떤 별 곁을 처음 스치는 데 걸리는 시간
약 4만
초속 17 km로 날아가도 그렇다

외계의 존재에게 보낸 메시지 한가운데에,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뇌가 있었다. 보이저가 우주로 가져간 것은 지구의 사진과 음악만이 아니었다. 들어줄 이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곳으로, 한 사람의 마음이 떠났다.

CH. 5

세이건은 떠나도 1분이 남았다

1981년,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은 결혼했다.

두 사람은 15년을 함께 살았다. 칼 세이건은 1996년 12월 20일, 예순두 살에 세상을 떠났다.

1977년에 녹음한 뇌파가 우주를 날아온 시간
약 49
초속 17 km로 지금도 멀어지고 있다

사랑에 빠졌던 스물일곱 살의 뇌파는, 칼 세이건이 떠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1977년에 녹음한 1분은 지금도 초속 17 km로 성간 우주를 날아간다.

— 끝 —
카톡 한 줄

외계로 보낸 보이저 음반 한가운데에는, 사랑에 빠진 스물일곱 살 여자의 뇌파 1분이 담겨 지금도 우주를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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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2)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