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어뢰를 한 사람이 막았다
1962년 10월 27일, 카리브해 바다 밑. 핵어뢰 발사를 앞두고 잠수함 안 세 사람이 다퉜다.
미군이 잠수함에 폭뢰를 던졌다
1962년 10월 27일, 카리브해 바다 밑
미국 구축함들이 소련 잠수함 한 척을 찾아 바다에 폭뢰를 떨어뜨렸다. 잠수함 안에서는 그 폭발음이 전쟁이 시작된 소리로 들렸다.
함장이 핵어뢰 발사를 준비시켰다. 발사 직전,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반대했다.
아르히포프는 방사능 사고에서 살아남았다
12일째 핵 대치
1962년 10월, 미국과 소련은 쿠바를 두고 12일째 맞서고 있었다. 카리브해로 보내진 소련 잠수함 B-59는 며칠째 모스크바와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에어컨이 고장 나 잠수함 안 온도는 섭씨 50도에 가까웠다. 이산화탄소가 차올라 승조원들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B-59의 부함장 바실리 아르히포프는 한 해 전, K-19 잠수함의 원자로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동료들이 방사능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본 사람이었다.
사비츠키가 발사를 명령했다
전쟁이 시작됐다고 믿은 순간
폭뢰가 잠수함을 흔드는 동안, 사비츠키 함장은 바다 위에서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모스크바와 연락이 끊겨 확인할 길도 없었다.
“우리는 그들을 모두 가라앉힌다. 우리 해군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겠다.”
아르히포프는 발사에 반대했다. 폭뢰는 잠수함을 격침하려는 게 아니라 수면으로 끌어올리려는 신호라고 봤다. 아르히포프는 함장을 설득해 잠수함을 떠오르게 하고 모스크바의 명령을 기다리게 했다.
발사에는 세 사람의 동의가 필요했다
왜 한 사람이 막을 수 있었나
보통 소련 잠수함의 핵어뢰는 함장과 정치장교 두 사람만 동의하면 발사할 수 있었다. B-59는 달랐다.
아르히포프는 B-59의 부함장이면서, B-59가 속한 잠수함 전단 전체의 참모장이었다. 함대 참모장이 마침 B-59 한 척에 함께 타고 있었던 탓에, 발사에는 세 사람 모두의 동의가 필요했다. 한 사람이 반대하면 핵어뢰는 발사되지 않았다.
아르히포프의 이름은 40년 뒤 알려졌다
2002년, 하바나
1962년 바다 밑에서 있었던 일은 오랫동안 서방에 알려지지 않았다. 2002년, 쿠바 미사일 위기 40주년 회의에서야 B-59에서 있었던 일이 처음 공개됐다. 아르히포프는 1998년에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1962년 10월 27일, 카리브해 바다 밑에서 핵어뢰는 발사되지 않았다. 함장도 정치장교도 아닌, 우연히 B-59에 함께 탄 함대 참모장 한 사람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건, 1962년 핵어뢰를 실은 소련 잠수함에 함대 참모장 한 사람이 우연히 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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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8)
- Vasily Arkhipov — Wikipedia (부함장 겸 전단 참모장, 3인 동의 규정, 1998 사망, 2002 공개)
- Soviet submarine B-59 — Wikipedia (1962-10-27, 폭뢰, 10킬로톤 핵어뢰, 사비츠키, Foxtrot급 디젤-전기 추진)
- National Security Archive — The Underwater Cuban Missile Crisis at 60 (오를로프 증언, B-59 정황)
- National Security Archive — Recollections of Vadim Orlov, 'We Will Sink Them All, But We Will Not Disgrace Our Navy' (Ch.3 사비츠키 인용 1차 출처 문서)
- PBS Secrets of the Dead — The Man Who Saved the World (B-59 발사 직전 다툼, 아르히포프 단독 반대)
- Future of Life Institute — Arkhipov Award (함대 참모장이라 세 사람 동의 필요, K-19 평판)
- Beyond Nuclear International — Vasily Arkhipov saved the world (내부 50도 가까이, CO2 상승, 연락 두절)
- Cuban Missile Crisis — Wikipedia (위기 기간 1962-10-16~10-28 '13일', 10/27=12일째·블랙 새터데이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