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한국 현대사· 공유받은 글

맑은 날, 백화점이 20초 만에 사라졌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서초동. 멀쩡하던 백화점이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 스크롤
CH. 1

백화점이 맑은 날 무너졌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맑은 날이었다. 서울 서초동의 백화점 한 채가 한순간에 주저앉았다.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
20
지상 5층부터 지하 4층까지 한꺼번에

백화점 안에서 1,400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새 건물이 맑은 날 20초 만에 사라진 까닭은, 한참 뒤에야 드러났다.

CH. 2

삼풍은 상가로 설계됐다

6년 전, 1989년

강남 서초동에 삼풍백화점이 들어섰다. 주인은 이준 회장이었다.

설계도의 이름은 백화점이 아니었다. 삼풍은 원래 지상 4층짜리 종합상가로 그려졌다.

설계
4층 종합상가
완성
5층 백화점

이준 회장은 매장을 더 원했다. 상가 도면 위에 백화점이 얹혔고, 4층 위에 5층이 얹혔다.

CH. 3

회의는 영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붕괴 두 시간 전, 오후 4시

1995년 6월 29일, 백화점 5층 식당가 바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천장에는 금이 갔다.

임원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점검을 맡은 한 소장은 당장 손님을 내보내자고 했다.

큰 위험은 없으니,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하자.
1995년 6월 29일 오후 4시, 임원 회의의 결론

백화점은 문을 닫지 않았다. 매장은 평소처럼 붐볐다.

CH. 4

기둥이 설계보다 가늘었다

무너진 뒤, 조사관들이 잔해로 들어갔다

삼풍은 대들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였다. 바닥의 무게를 기둥이 직접 받았다. 기둥 하나가 무너지면 위층이 차례로 내려앉는 구조였다.

정작 기둥들은 설계보다 가늘게 서 있었다.

기둥 지름
800 → 600mm
철근은 16개에서 8개로 줄어 있었다

옥상에는 냉각탑이 얹혔다. 크레인 대신 굴림대에 싣고 옥상 바닥 위로 끌어 옮기는 동안, 바닥에 금이 갔다.

에스컬레이터를 넣으려고 기둥의 4분의 1을 잘라낸 자리도 나왔다. 붕괴는 우연이 아니었다.

CH. 5

박승현은 17일 만에 구조됐다

17일 뒤, 잔해 속에서

1995년 7월, 잔해 아래에서 한 사람이 살아 나왔다. 박승현은 17일을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잔해에 갇혀 있던 날
17
박승현은 삼풍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된 생존자였다

이준 회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징역 7년 6개월을 받았다.

삼풍이 무너지는 데는 20초가 걸렸고, 무너질 준비를 하는 데는 6년이 걸렸다.

— 끝 —
카톡 한 줄

삼풍이 20초 만에 무너진 건 우연이 아니라, 6년 동안 쌓인 결정들이 한꺼번에 청구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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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9)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