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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 의학·신체· 공유받은 글

죽은 건 헨리에타뿐이었다

1951년 볼티모어, 서른한 살 헨리에타가 몸속 멍울을 느꼈다. 그 멍울은 75년째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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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

헨리에타가 멍울을 먼저 느꼈다

1951년, 볼티모어

서른한 살 여자가 자기 몸 안에서 멍울을 느꼈다. 의사가 찾아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알았다.

헨리에타 랙스. 1920년 8월 1일에 태어났다. 다섯 아이의 엄마였다.

1951년 10월, 헨리에타는 죽었다. 멍울은 죽지 않았다.

CH. 2

헨리에타는 흑인을 받는 병원으로 갔다

다섯째를 낳은 뒤

1950년 11월, 헨리에타는 다섯째 조지프를 낳았다. 그런데 배 속의 멍울을 느낀 건 막내를 갖기도 전이었다. 헨리에타는 한참 전부터 사촌들에게 속에 뭔가 잡힌다고 말해 왔다.

출산이 끝나도 멍울은 사라지지 않았다. 갓난아이까지 다섯을 키우는 엄마였지만, 헨리에타는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느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다.

1951년 1월 29일, 헨리에타는 존스홉킨스로 향했다. 볼티모어에서 흑인을 치료해 주는, 거의 유일한 큰 병원이었다. 받아주는 곳이 달리 없었다.

흑인 환자를 받던 볼티모어의 큰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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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가 존스홉킨스까지 간 이유였다
CH. 3

헨리에타는 라듐 치료를 받기로 했다

진단명,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는 자궁경부암이었다. 헨리에타는 라듐을 몸에 넣어 종양을 태우는 치료를 받기로 했다.

집에는 다섯 아이가 있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다섯이었다. 헨리에타는 볼티모어를 가로질러 같은 병동으로 몇 번이고 돌아왔다.

치료를 받던 어느 날, 의사가 헨리에타의 자궁에서 조직을 떼어냈다. 성한 조직 한 점, 암 조직 한 점. 헨리에타에게는 묻지도, 알리지도 않았다.

헨리에타 몰래 떼어낸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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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도, 통보도 없었다
CH. 4

헨리에타의 세포는 죽기를 멈췄다

조지 가이의 실험실

떼어낸 조직 두 점은 조지 가이의 실험실로 옮겨졌다. 1951년까지, 실험실에 들어온 사람의 세포는 며칠을 못 넘기고 모두 죽었다.

헨리에타의 세포는 죽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두 배로 늘었고, 다음 날 또 두 배가 됐다. 사람 세포가 실험실에서 죽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1951년 10월 4일, 암이 온몸으로 퍼져 헨리에타는 서른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 같은 시각, 실험실의 세포는 계속 자라고 있었다.

세포에는 이름이 붙었다. 헨리에타 랙스의 앞 글자를 딴 'HeLa'. 정작 헨리에타 본인도, 가족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CH. 5

헨리에타의 무덤에 비석이 세워졌다

이름 없는 무덤

헨리에타의 세포는 죽지 않았기에, 1954년 소아마비 백신 시험에 끝없이 쓰였다. 백신이 나온 뒤로도 암 연구, 에이즈 연구, 우주 실험, 신약 개발까지 — 거의 모든 실험실에 들어갔다.

HeLa 세포가 얽힌 특허
약 11,000
주인에게는 한 푼도 가지 않았다

세상은 세포를 'HeLa'로만 불렀다. 한동안은 주인의 이름마저 'Helen Lane'이라는 가짜로 알려져 있었다. 정작 헨리에타 랙스라는 사람은, 고향 클로버의 무덤에 비석조차 없었다.

2010년, 헨리에타의 무덤에 비석이 세워졌다. 2013년, 세포의 유전정보가 공개되자 가족은 처음으로 세포의 쓰임을 두고 발언권을 얻었다. 멍울을 먼저 느낀 사람의 이름이, 죽고 예순 해 가까이 지나 비석 위 세포 이름 곁에 나란히 새겨졌다.

— 끝 —
카톡 한 줄

실험실마다 쓰는 'HeLa' 세포가, 정작 주인은 자기 몸에서 빠져나간 줄도 끝내 몰랐던 한 여자한테서 나온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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