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과자를 맞바꿔 베꼈다
1974년 오리온이 만든 과자를 롯데가 베꼈다. 30년 뒤, 오리온은 그대로 되갚았다.
카스타드가 둘이다
노란 상자, 두 개
편의점 과자 매대에 노란 상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은 롯데, 오른쪽은 오리온. 만든 회사가 다른데 이름이 똑같다. 둘 중 하나는 원조를 그대로 베꼈다. 문제는 베낀 쪽이 어디냐다.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만들었다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먼저였다
1970년대, 오리온과 롯데는 한국 제과의 두 거인이었다. 매대 한 칸을 두고 서로를 이기려는 라이벌.
1974년,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만들었다. 둥근 빵에 마시멜로를 넣고 겉을 초콜릿으로 입힌 과자였다. 이름부터 오리온이 붙였다.
1976년,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상표로 등록했다. 자기가 만든 이름이니 자기 것이라고 여겼다.
1978년, 롯데가 똑같은 이름의 초코파이를 내놓았다. 이듬해 롯데는 초코파이를 상표로까지 등록했다. 오리온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자기가 먼저 붙인 이름을 남이 등록하는데도 그냥 두었다.
롯데가 카스타드를 먼저 냈다
카스타드는 롯데가 먼저였다
1986년, 일본 롯데가 카스타드를 만들었다. 계란 크림, 곧 커스터드를 넣은 부드러운 케이크였다. 크림이 노랬고, 상자도 노랬다.
1989년, 한국 롯데가 카스타드를 들여왔다. 카스타드만큼은 롯데가 원조였다. 당시 오리온에는 카스타드가 없었다.
그리고 2004년, 오리온이 카스타드를 내놓았다. 롯데 카스타드와 똑같은 이름으로, 15년이나 늦게. 초코파이를 남에게 내준 오리온이, 카스타드는 남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먼저, 카스타드는 롯데가 먼저. 두 회사는 상대의 대표 과자를 정확히 맞바꿔 베꼈다.
이름은 상표가 되지 못했다
이름은 아무도 갖지 못한다
1997년, 오리온이 뒤늦게 법원으로 갔다. 롯데가 등록해 둔 초코파이 상표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이었다. 먼저 만든 이름이니 돌려받겠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오리온의 손을 들지 않았다. 소송이 벌어진 1997년에는 이미 롯데뿐 아니라 해태도, 크라운도 초코파이를 팔고 있었다. 초코파이는 어느새 누구의 것도 아닌 보통명사가 되어 있었다.
초코파이도 카스타드도 처음부터 소유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카스타드는 계란 크림, 커스터드의 이름이다. 크림 이름을 한 회사가 상표로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편의점 매대의 노란 상자 두 개가 나란히 설 수 있다. 롯데 카스타드와 오리온 카스타드는 이름을 다투는 게 아니라, 애초에 다툴 수 없는 이름을 나눠 가진 것이다.
카스타드가 국경을 넘었다
베낀 과자가 세계로 갔다
2004년에 나온 오리온 카스타드는 베트남으로, 중국으로, 인도로 팔려 나갔다. 베트남에서는 밀크맛과 쌀맛 카스타드까지 생겼다.
원조 롯데보다 후발 오리온이 국경 밖에서 더 크게 팔렸다. 원조가 이긴 것도, 후발이 이긴 것도 아니다. 매대의 노란 상자 두 개는 싸움의 흔적이 아니라, 아무도 갖지 못한 이름이 두 회사의 손을 거쳐 세계로 나간 자국이다.
카스타드 원조는 롯데, 초코파이 원조는 오리온. 두 회사가 대표 과자를 서로 맞바꿔 베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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