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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 의학·신체· 공유받은 글

미국 아기들은 왜 무사했나

1960년 9월 8일, 워싱턴. 스무 나라가 파는 수면제 서류가 한 여자의 책상에 올라왔다. 그 여자는 끝내 도장을 안 찍었다.

↓ 스크롤
CH. 1

켈시가 도장을 안 찍었다

1960년 9월, 워싱턴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이 올라왔다. 이미 스무 나라 넘게 파는 수면제였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도장만 찍으면 두 달 안에 끝날 일이었다.

이 약을 판 나라
20개국 이상
미국에서 신약을 심사한 전임 의사
7명

일곱 명 가운데 하나가, 이제 막 부임한 프랜시스 켈시였다. 켈시는 도장을 안 찍었다.

CH. 2

켈시는 토끼를 기억하고 있었다

안전하다는 말

1957년, 독일. 그뤼넨탈이라는 회사가 콘테르간이라는 수면제를 내놨다. 동물에게 아무리 먹여도 죽지 않았다. 회사는 사람에게도 무해하다고 결론지었다. 입덧하는 임신부에게도 좋다고 광고했다.

동물 실험에서 찾은 치사량
없음
회사는 치사량이 없으니 사람에게도 무해하다고 읽었다.

켈시가 도장을 미룬 데엔 오래된 기억이 있었다. 1942년, 시카고 대학. 젊은 켈시가 말라리아 약 키니네를 연구하다 이상한 것을 봤다. 임신한 토끼는 약을 훨씬 천천히 분해했고, 뱃속 태아 토끼는 아예 분해하지 못했다.

약이 어미와 태아 사이의 벽을 넘어간다는 것도 켈시는 실험으로 알고 있었다. 어른에게 안전한 약이 뱃속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CH. 3

켈시가 서류를 돌려보냈다

60일마다

1960년 말, 영국의 한 의학지에 편지 한 통이 실렸다. 탈리도마이드를 오래 먹은 환자들의 손발이 저리다는 보고였다. 켈시가 편지를 읽었다. 어른의 신경을 건드리는 약이라는 뜻이었다.

켈시의 머릿속에 1942년의 토끼가 다시 떠올랐다. 어른의 신경이 상한다면, 아직 신경이 자라는 뱃속 아이는 어떻게 되는가. 켈시는 회사에 태아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법이 허용한 승인 보류 기간
60일
켈시는 1년 넘게 60일마다 다시 요구했다.

자료 대신 전화와 방문이 거듭됐다. 켈시는 회사에 편지를 보냈다. 신경을 해치는 독성을 알면서도 서류에 적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CH. 4

1961년 11월, 렌츠가 경고했다

뱃속의 아이들

1961년 11월, 독일의 소아과 의사 비두킨트 렌츠가 입을 열었다. 팔다리가 심하게 짧은 아기들이 유럽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팔이 작은 지느러미처럼 붙은 아기도 있었다. 렌츠는 어머니들이 임신 초기에 먹은 약 하나를 지목했다. 탈리도마이드였다.

호주의 한 의사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렌츠가 회수를 요구한 지 2주 만에 독일에서 약이 사라졌다. 켈시가 1년 넘게 물어온 질문 — 약이 태아에게 무엇을 하는가 — 의 답이 유럽의 병원마다 놓여 있었다.

탈리도마이드로 몸이 바뀐 아기
1만 명 이상
전 세계에서. 미국만 거의 비껴갔다.

미국이 비껴간 건 우연이 아니었다. 회사는 승인도 나기 전에 '시험용' 알약을 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이미 돌렸고, 미국에서도 열일곱 명의 아기가 탈리도마이드를 안고 태어났다. 1962년 3월, 회사는 켈시의 책상에 낸 서류를 스스로 거둬들였다. 대량 승인은 끝내 나지 않았다.

CH. 5

1962년 8월, 케네디가 훈장을 걸었다

도장을 안 찍은 사람

1962년 8월 7일, 케네디 대통령이 켈시에게 훈장을 걸어줬다. 미국 최고의 공무원 표창을 받은 두 번째 여성이었다.

두 달 뒤, 미국 의회는 새 법을 통과시켰다. 약이 안전한지, 정말 듣는지를 회사가 증명해야 팔 수 있게 됐다. 1962년 전까지는 60일이 지나면 회사가 낸 서류가 그대로 통과됐다.

켈시가 멈춰 세운 것은 약 한 알이 아니었다. 증거 없이 통과되던 '안전하다'는 한 마디였다.

유럽에서는 수많은 아기가 몸이 바뀐 채 태어났다. 미국에서는, 켈시의 책상에서 도장이 끝내 찍히지 않았다.

— 끝 —
카톡 한 줄

미국 아기들이 탈리도마이드를 피한 건 운이 아니라 FDA 신입 심사관 한 명이 1년 넘게 도장을 안 찍은 덕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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