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는 내려가고 인천은 올라섰다
2019년 11월,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바닷물이 187cm 찼다. 1500년 버틴 도시가 가라앉는다.
베네치아가 가장 낮은 곳부터 잠긴다
산마르코 광장의 물
2019년 11월 12일,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바닷물이 187cm 밀려들었다.
산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에서 땅이 가장 낮은 곳이다. 도시가 잠길 때 가장 먼저 잠기고, 가장 늦게 마른다. 2019년 11월, 베네치아의 80%가 물에 들어갔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밀려드는 바닷물을 '아쿠아 알타'라 부른다. '높은 물'이라는 뜻이다. 산마르코 광장이 물에 잠기는 날은 1년에 200번을 넘어섰다.
베네치아가 스스로 땅을 눌러 내렸다
말뚝 위의 도시
베네치아는 5세기 무렵, 갯벌 위에 세워졌다. 내륙 사람들이 이민족을 피해 석호 한가운데 진흙 섬으로 숨어들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갯벌에 나무 말뚝 수백만 개를 박았다. 물속에서 썩지 않는 말뚝 위에 돌을 얹어 도시를 올렸다. 처음부터 물 위의 도시였다.
20세기 초, 베네치아 옆 마르게라 산업단지가 땅속 지하수를 퍼올리기 시작했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스스로 눌려 내려앉았다.
1960년대 말, 베네치아가 지하수 추출을 멈췄다. 땅 꺼짐은 느려졌다. 하지만 바다는 반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네치아가 바다에 문을 달기로 했다
바다에 세운 문
2003년 4월 3일, 베네치아가 석호로 들어오는 입구 세 곳을 막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름은 '모세(MOSE)'.
78개의 강철 수문을 바다 밑바닥에 눕혀 두었다. 높은 물이 예보되면 수문 안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세운다. 솟아오른 수문이 바다와 도시 사이를 잠근다.
2020년 10월 3일, 78개 수문이 처음으로 함께 솟아 높은 물을 막았다. 산마르코 광장은 오랜만에 마른 채 겨울을 났다.
설계가 가정한 건 여기까지다. 바다가 계속 오르면, 모세가 도시를 지키는 건 길어야 40년이다.
인천은 반대로 바다를 밀어냈다
지구 반대편의 선택
베네치아가 수문을 세우던 무렵, 지구 반대편 인천은 다른 답을 골랐다. 바다를 막는 대신, 바다를 밀어냈다.
1994년 9월, 인천이 앞바다 갯벌을 흙으로 덮기 시작했다. 여의도의 17배, 53㎢의 새 땅. 새로 만든 땅 위에 도시를 세웠다. 이름은 송도.
베네치아는 갯벌에 말뚝을 박아 물 위에 얹혔고, 송도는 갯벌을 흙으로 덮어 바다를 밀어냈다. 같은 갯벌에서 두 도시가 정반대로 갈렸다.
송도를 두른 제방은 해발 7.6m다. 1997년 인천 앞바다가 기록한 가장 높은 물높이보다 2m 넘게 높다. 처음부터 바다보다 높게 쌓았다.
베네치아가 1500년에 걸쳐 마주한 바다를, 송도는 25년 만에 마주하고 있다. 오히려 더 빠르게 오르는 바다다.
같은 바다가 두 도시를 시험한다
밀리미터의 경주
베네치아는 갯벌 위에 얹혀 1500년을 버텼고, 송도는 갯벌을 밀어낸 채 25년을 살고 있다.
한 도시는 바다에 문을 달아 막고, 한 도시는 흙을 쌓아 바다를 밀어냈다. 가라앉는 쪽이든 쌓아 올린 쪽이든, 두 도시가 재는 숫자는 하나다. 바다가 1년에 몇 밀리미터 오르는가.
베네치아랑 인천 송도, 둘 다 갯벌 위에 세운 도시인데 하나는 잠기고 하나는 바다를 메워 올라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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