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먹어라'는 가짜였다
1793년 10월 16일 정오, 파리. 사형대에 오른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는 뜻밖이었다.
앙투아네트는 말한 적 없다
모두가 아는 그 문장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마리 앙투아네트 하면 떠오르는 한마디다. 그런데 그녀는 평생 그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케이크 이야기가 처음 종이에 적힌 건 1765년, 장자크 루소의 책 『고백록』에서였다. '어느 위대한 공주'가 했다는 말로 나온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1765년,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홉 살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궁전에 살았고, 프랑스에 시집오기 다섯 해 전이었다. 루소가 옮긴 말을 누가 했든, 빈의 아홉 살 소녀는 아니었다.
케이크 이야기가 가짜라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로 남긴 말은 무엇이었을까.
열네 살 신부가 베르사유에 왔다
빈에서 온 신부
1770년 5월 16일, 베르사유.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소녀가 결혼식장에 섰다. 신랑은 프랑스 왕위를 물려받을 소년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친 건 이틀 전, 콩피에뉴 숲 어귀에서였다.
빈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황후의 막내딸이었다. 베르사유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궁정 사람들은 앙투아네트를 '오스트리아 여자', 로트리시엔이라 불렀다. 프랑스 왕비가 된 뒤에도 끝까지 따라붙은 이름이었다.
나라 살림은 기울고 빚은 쌓였다. 화살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왕비에게로 향했다. 왕비의 씀씀이 소문이 부풀 때마다 '적자 부인'이라는 별명이 커졌다. 남의 배고픔을 모르는 여자라는 그림이, 케이크 이야기가 들러붙기 좋은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왕비가 한밤에 파리를 떠났다
한밤의 마차
1789년, 프랑스에 혁명이 시작됐다. 성난 사람들이 베르사유로 몰려왔고, 왕과 왕비는 파리 한복판 궁으로 옮겨져 사실상 갇혔다.
1791년 6월 20일 밤, 왕비는 결심했다. 가족을 데리고 파리를 몰래 빠져나가기로 했다. 왕비는 가정교사로, 왕은 하인으로 꾸몄다. 아이들까지 변장시켜 마차에 태우고, 아직 왕에게 충성하는 군대가 있는 국경 쪽으로 향했다.
마차는 국경을 넘지 못했다. 6월 21일, 국경을 앞둔 생트므누에서 우편국장 하나가 왕의 얼굴을 알아봤다. 앞질러 달려간 우편국장이 바렌에서 마차를 세웠다. 가족은 파리로 끌려 돌아왔다.
도망치려다 잡힌 왕과 왕비를 프랑스는 더는 믿지 않았다. 바렌에서 돌아온 뒤, 두 사람 앞에 남은 길은 감옥뿐이었다.
앙투아네트가 어머니로 답했다
재판정의 한마디
1793년 1월, 왕이 먼저 처형됐다. 8월, 마리 앙투아네트는 콩시에르주리 감옥으로 혼자 옮겨졌다. 여덟 살 난 아들은 이미 7월에 품에서 떼어 간 뒤였다.
10월 14일, 재판이 열렸다. 검사는 입에 담기 어려운 죄까지 앙투아네트에게 씌웠다. 여덟 살 아들과 근친상간을 했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들에게서 받아냈다는 진술이 근거였다.
앙투아네트는 근친상간이라는 죄목에는 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다, 방청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 답하지 않은 것은, 그런 고발에 어머니로서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어머니에게 호소합니다.”
방청석에는 왕비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호소하는 말에 몇몇이 술렁였고, 재판을 멈추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이라며 남의 배고픔을 비웃었다던 여자. 목숨이 걸린 자리에서 앙투아네트가 붙든 이름은 왕비가 아니라 어머니였다.
앙투아네트가 사과를 남겼다
마지막 한마디
1793년 10월 16일 낮 12시가 막 지난 시각, 파리 혁명 광장. 서른일곱 살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대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다 앙투아네트가 사형집행인 상송의 발을 밟았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선생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백 년 넘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을 따라다닌 말은 남의 배고픔을 비웃는 한마디였다. 기록에 남은 진짜 마지막 말은, 발을 밟은 낯선 사람에게 건넨 사과였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적 없는 말이고, 사형대에서 남긴 진짜 마지막 말은 발을 밟은 데 대한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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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 them eat cake — Wikipedia
- Did Marie-Antoinette Really Say 'Let Them Eat Cake'? — Britannica
- Trial and Execution of Marie Antoinette — World History Encyclopedia
- Marie Antoinette — Wikipedia (1770-05-14 콩피에뉴 첫 대면, l'Autrichienne, 콩시에르주리)
- Flight to Varennes — Wikipedia (생트므누 우편국장 인지·바렌 정지)
- Flight to Varennes — World History Encyclopedia (변장 역할·경로)
- Marie-Antoinette at the Conciergerie — 공식(1793-08 이감)
- Execution of Marie Antoinette — CHNM Liberty, Equality, Fraternity
- Why Marie Antoinette's Last Words Were an Apology — Mental Fl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