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미스터리·미제· 공유받은 글

배는 무사했다, 사람만 빼고

1872년 11월, 벤저민 브릭스가 아내와 두 살 딸을 배에 태웠다. 한 달 뒤, 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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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

사람만 없이 배가 떠 있었다

1872년 12월, 아조레스 동쪽 바다

1872년 12월 5일, 아조레스에서 동쪽으로 약 740킬로미터 떨어진 바다. 데이 그라티아호 선원들이 돛 일부를 편 채 홀로 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했다.

올라가 보니 사람이 없었다. 선실에는 세간이 놓여 있었고, 6개월 치 식량과 물이 실려 있었다. 선창에 물이 얼마간 차 있었지만, 배 자체는 멀쩡했다.

멀쩡히 남은 것
돛·화물·6개월 식량·선원들의 세간
사라진 것
배에 탔던 열 사람과 구명보트 한 척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 하나가 남았다. 왜 열 사람이 멀쩡한 배 한 척을 버리고 사라졌나.

CH. 2

벤저민 브릭스가 가족을 태웠다

한 달 전, 뉴욕항

1872년 11월 7일, 뉴욕항. 벤저민 브릭스가 제노바로 갈 배에 올랐다. 열 해 넘게 배를 몬 선장이었고, 공정하고 신중하다는 평을 듣던 사람이었다.

브릭스는 혼자 떠나지 않았다. 아내 세라와 두 살 난 딸 소피아를 함께 태웠다. 오래 배를 몬 사람이 가족까지 배에 올렸다는 건, 항해를 깊이 믿었다는 뜻이었다.

함께 배에 탄 막내
2
선장의 딸, 소피아 마틸다 브릭스

출항을 앞두고, 브릭스가 애스터하우스에서 한 선장과 저녁을 함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주 앉았다는 사람은 데이비드 모어하우스, 브릭스처럼 대서양을 오가던 선장이었다. 훗날 모어하우스의 집안에서 전한 기억이다.

배 밑 화물칸에는 알코올 1,701통이 실려 있었다. 통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CH. 3

일지가 11월 25일에 멈췄다

11월 25일, 산타마리아섬 앞바다

항해는 순조로웠다. 11월 25일, 브릭스는 일지에 배가 아조레스의 산타마리아섬에서 10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다고 적었다. 항해일지는 11월 25일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배가 발견되기까지 열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은 건 배 안의 흔적뿐이다. 훗날 브릭스 부부의 사촌이었던 올리버 코브가 흔적을 이어 붙여 한 장면을 재구성했다.

화물칸의 알코올 통 몇 개는 붉은참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붉은참나무는 성글어 술이 잘 샌다. 따뜻한 선창 안에서 새어 나온 증기가 차올랐다. 코브는 브릭스가 폭발을 두려워했다고 봤다.

그래서 신중하기로 소문난 선장이, 처음으로 큰 배를 두고 작은 보트를 골랐다. 아내와 딸을 먼저 보트에 태웠다.

다만 브릭스는 보트를 그냥 떼어 놓지 않았다. 긴 밧줄로 배와 보트를 묶어 두었다. 위험이 지나가면 다시 배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CH. 4

밧줄 하나가 모든 걸 설명했다

배가 남긴 단서

데이 그라티아호 선원들이 갑판에서 본 것이 코브의 재구성을 뒷받침한다. 구명보트는 아무렇게나 사라진 게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내려진 흔적이 있었고, 보트를 내리려 난간 한쪽을 일부러 치워 둔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배 뒤로, 굵은 밧줄 하나가 바다에 길게 끌려 있었다. 한쪽 끝은 배에 단단히 묶여 있었고, 다른 쪽 끝은 닳아 끊긴 채였다.

보트를 매어 두었던 밧줄
약 120미터
코브가 재구성한 장면에서, 큰 배와 작은 보트를 이어 두었던 밧줄의 길이 추정

코브가 이어 붙인 장면은 다음과 같다. 열 사람은 밧줄에 묶인 작은 보트 안에서, 배가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배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북풍이 불어와 멀쩡한 돛을 채웠다. 큰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팽팽해진 밧줄이 끊어졌다. 배는 앞으로 미끄러져 갔고, 작은 보트만 바다에 남았다.

아무도 배를 버리지 않았다.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려 했을 뿐이다. 돌아갈 밧줄이 끊어진 것이 열 사람이 사라진 이유였다.

CH. 5

배는 십여 년을 더 떠다녔다

발견 이후

메리 셀레스트호는 지브롤터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다시 팔려 바다로 나갔다. 십여 년을 더 바다를 오가다가, 1885년 카리브해에서 일부러 좌초되며 끝났다.

배는 살아남았다. 배에 탔던 열 사람은 끝내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

멀쩡히 살아남은 것
메리 셀레스트호 — 십여 년 더 항해
끝내 발견되지 않은 것
작은 보트에 탔던 열 사람

텅 빈 메리 셀레스트호를 찾아낸 데이 그라티아호의 선장은 데이비드 모어하우스였다. 한 달 전 애스터하우스에서 브릭스와 저녁을 함께했다고 전해지는 선장이다.

가장 안전해 보이던 선택, 터질 것 같은 배에서 내리는 일이 열 사람을 삼켰다. 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혼자 북쪽으로 흘러갔다.

— 끝 —
카톡 한 줄

대서양 유령선 메리 셀레스트호 미스터리, 알고 보면 사람들이 배를 버린 게 아니라 배가 사람들을 두고 떠난 거라는 얘기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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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