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글로벌 휴머니티· 공유받은 글

책 3만 권이 불보다 먼저 나갔다

2003년 봄, 이라크 바스라. 도서관이 불타기 아흐레 전, 한 사서가 밤마다 책을 옮겼다.

↓ 스크롤
CH. 1

불탄 도서관에 책이 없었다

불이 꺼진 자리에서

2003년, 이라크 바스라. 바스라 중앙도서관이 불에 타 주저앉았다. 지붕이 내려앉고 벽이 검게 그을렸다.

불길이 삼킨 건 서가와 벽이었다. 장서의 70퍼센트, 책 3만 권은 불이 나기 아흐레 전에 이미 도서관 밖으로 나가 있었다.

CH. 2

베이커는 도서관의 위험을 알았다

책과 14년

2003년 봄, 전쟁이 이라크 남부로 내려오고 있었다. 바스라는 항구도시였고, 연합군의 진격로 위에 놓여 있었다.

알리아 베이커는 바스라 중앙도서관의 관장이었다. 도서관에서 일한 지 14년째였다.

베이커는 전쟁이 도서관까지 닿으리라 보았다. 서가에 꽂힌 책이 불에 타 사라질 일을 걱정했다.

베이커는 책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게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돌아온 답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CH. 3

알리아 베이커가 혼자 책을 실었다

밤마다, 차 한 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사무실들이 도서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옥상에는 대공포가 한 대 올라갔다.

도서관은 이제 전쟁의 표적이었다. 당국이 책을 옮기지 않는 이상, 남은 사람은 관장 한 명뿐이었다.

베이커는 움직이기로 했다. 매일 저녁 퇴근길에, 차에 실리는 만큼 책을 실어 집으로 날랐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베이커는 코란의 한 구절로 답했다.

코란에서 신이 무함마드에게 처음 건넨 말씀은 '읽어라'였다.
알리아 베이커
CH. 4

이웃들이 담장 너머로 책을 넘겼다

담장 하나 너머

차 한 대로는 어림없었다. 장서는 수만 권이었고, 전선은 도시로 다가오고 있었다.

베이커는 도서관 바로 옆 식당으로 갔다. 함단 식당 주인 아니스 무함마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곧 이웃들이 모였다. 사람들은 줄지어 서서 책을 손에서 손으로, 도서관의 2미터 남짓한 담장 너머 식당 홀로 넘겼다.

식당으로 넘어간 책
3만
장서의 70퍼센트. 영어책과 아랍어책, 스페인어 코란, 1300년 무렵의 무함마드 전기까지.

책들이 담장을 넘어간 지 아흐레 뒤, 바스라 중앙도서관은 불에 탔다.

CH. 5

책은 거실마다 쌓였다

도서관이 없는 동안

식당 홀에 쌓인 책들은 다시 베이커의 집으로, 친구들의 집으로 옮겨졌다. 3만 권이 바스라의 거실마다 나뉘어 쌓였다.

2004년, 바스라 중앙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베이커는 뇌졸중과 심장 수술을 겪고도 관장 자리로 돌아왔다.

불에 탄 것은 건물이었다. 바스라 중앙도서관은 아흐레 앞서 담장을 넘어, 도시의 집들 안에 흩어져 살아남았다.

— 끝 —
카톡 한 줄

바스라 도서관 책 3만 권이 살아남은 건, 국가가 아니라 사서 한 명이 담장 너머 식당으로 넘겼기 때문이라고.

공유한 글은 영원히 남아요. 받은 사람도 같은 글을 볼 수 있어요.

출처 (4)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