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253번은 곰이었다
1944년, 이탈리아행 수송선. 폴란드군 병적부의 이등병 253번은 곰이었다.
병적부의 이등병은 곰이었다
1944년, 이탈리아행 수송선
폴란드 군대 병적부에 이등병 한 명이 적혀 있었다. 군번 253번, 이름 보이텍. 그런데 그 이등병은 곰이었다.
250킬로가 넘는 짐승이 어떻게 정식 군번을 받았나.
병사들이 새끼 곰을 샀다
1942년 4월 8일, 이란 하마단
폴란드 병사들이 이란의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소련 수용소에서 풀려나 안데르스 장군을 따라 중동으로 이동하던 군대였다. 조국은 독일과 소련에 반씩 나뉘어 있었고, 병사들에게 돌아갈 집은 없었다.
산길에서 한 이란 소년이 새끼 곰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어미는 사냥꾼 총에 죽은 뒤였다. 폴란드 병사들이 통조림 몇 개와 새끼 곰을 바꿨다.
부대는 보이텍을 병사처럼 데리고 다녔다. 그러다 1944년, 22 포병보급중대에 이동 명령이 떨어졌다.
수송선이 곰을 거부했다
1944년, 이집트의 항구
22 포병보급중대에 이탈리아 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연합군이 몬테카시노의 독일군을 밀어내려던 참이었다. 병사들은 배로 향했다.
문제는 규정이었다. 영국 수송선은 마스코트도 애완동물도 태울 수 없었다. 규정대로라면 보이텍을 이집트에 두고 떠나야 했다.
남은 길은 하나였다. 부대는 보이텍을 정식으로 입대시켰다. 이등병 계급과 군번 253번을 주고, 배급 명부와 봉급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보이텍이 포탄을 날랐다
1944년 5월, 몬테카시노
몬테카시노는 연합군이 넉 달을 못 넘던 고지였다. 독일군이 수도원 언덕에서 포탄이 오가는 길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공격을 폴란드 2군단이 맡았다.
포탄은 상자째 산비탈로 올라가야 했다. 25파운드짜리 포탄이 든 상자 하나가 45킬로그램, 네 사람이 붙어야 옮기는 무게였다. 보이텍이 사람들을 따라 상자를 안고 날랐다.
부대 기록은 보이텍이 상자를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전투가 끝난 뒤, 22 포병보급중대는 부대 문장을 바꿨다. 포탄을 안고 걷는 곰이었다.
보이텍은 동물원에서 늙었다
1947년, 스코틀랜드
전쟁이 끝났다. 폴란드는 소련의 영향권으로 넘어갔고, 2군단 병사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많은 병사가 스코틀랜드에 남았다.
1947년 11월 15일, 보이텍은 군에서 제대해 에든버러 동물원으로 갔다. 옛 전우들이 울타리 너머로 담배를 던졌고, 폴란드 말로 이름을 부르면 보이텍이 고개를 들었다.
1963년 12월 2일, 보이텍은 스물한 살로 눈을 감았다. 병적부에 남은 이등병 253번은, 두고 갈 수 없던 곰 한 마리를 병사로 만든 사람들의 기록이었다.
폴란드군 병적부의 이등병 253번이 곰이었던 건, 애완동물은 배에 못 태워도 군인은 태울 수 있어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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