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는 시계는 식탁에서 태어났다
1931년 어느 저녁, 포르트리가트. 살바도르 달리가 식탁에 남아 물렁한 치즈 한 조각을 노려봤다.
녹는 시계가 가장 유명해졌다
1931년, 포르트리가트
살바도르 달리가 손바닥만 한 캔버스 앞에 앉았다. 그림 속 시계 세 개가 흐물흐물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단단한 금속 시계는 왜 이렇게 녹아내려야 했나. 달리는 훗날, 답이 어느 저녁 식탁에서 왔다고 적었다.
달리는 꿈을 그대로 그리려 했다
손으로 그린 꿈 사진
1920년대 파리.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꿈과 무의식을 캔버스로 끌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젊은 화가 달리가 초현실주의 한복판에 있었다.
달리가 원한 건 상상해서 지어낸 장면이 아니었다. 잠에서 막 깬 사람 눈앞에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 형태 그대로 붙잡아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손으로 그린 꿈의 사진을 그린다.”
달리는 자기 방법에 이름까지 붙였다. '편집증적 비판 방법'. 일부러 환각에 가까운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어, 무의식이 떠올리는 형상을 낚아채는 방식이었다.
1931년, 달리는 포르트리가트의 작은 어촌 집에 머물렀다. 며칠째 같은 풍경을 그리던 중이었다. 카탈루냐 해안의 바위 절벽, 저물녘의 서늘한 빛, 그리고 잎이 잘려나간 올리브 나무 한 그루.
달리는 극장에 가지 않기로 했다
치즈가 남은 식탁
어느 저녁, 달리는 몸이 나른했고 가벼운 두통이 있었다. 친구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아내 갈라도 함께 나섰다. 달리는 마지막 순간에 집에 남기로 했다.
저녁 식사는 진하게 익은 카망베르 치즈로 끝났다. 사람들이 다 떠난 식탁에서 달리 혼자 접시에 남은 물렁한 치즈를 오래 바라봤다.
“나는 그 지독하게 무른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두통은 점점 심해졌다. 달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로 올라갔다. 며칠째 그리던 저물녘 풍경 앞에 다시 섰다.
달리는 올리브 가지에 시계를 걸었다
물렁해진 시간
불을 끄려고 손을 뻗던 순간, 달리는 답을 봤다. 그림 속 올리브 나무의 잘린 가지 위에, 흐물흐물 늘어진 시계 하나가 걸려 있는 장면이었다.
녹아내리는 시계의 형태는, 접시 위에서 물러 터진 카망베르 치즈 그대로였다. 햇볕에 무너지던 무른 것의 감각이 딱딱한 금속 시계로 옮겨 간 것이었다.
두통이 참기 힘들 만큼 심해졌지만, 달리는 팔레트를 챙겨 붓을 들었다.
갈라가 극장에서 돌아온 건 두 시간쯤 뒤였다. 그림은 이미 완성돼 있었다. 「기억의 지속」이었다.
달리는 상대성 이론이 아니라고 답했다
햇볕에 녹은 치즈 한 조각
훗날 한 과학자가 달리에게 물었다. 흐물흐물한 시계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온 것이냐고. 달리는 아니라고 답했다.
“상대성 이론이 아니라, 햇볕에 녹아내리는 카망베르 치즈에 대한 초현실주의적 인식에서 나왔다.”
「기억의 지속」은 1932년 뉴욕의 한 화랑에 처음 걸렸고, 1934년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수백만 명이 녹는 시계 앞에 멈춰 섰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시간의 그림은, 어느 저녁 식탁에 물러 터진 치즈 한 조각에서 시작됐다.
달리의 그 녹는 시계, 알고 보면 상대성 이론이 아니라 햇볕에 녹은 카망베르 치즈에서 나온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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