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사라진 풍습· 공유받은 글

방바닥이 사람을 죽였다

1960년대 겨울 새벽, 안방에서 일가족이 깨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걸 사신이라 불렀다.

↓ 스크롤
CH. 1

안방에 사신이 들었다

겨울 아침, 방문을 열 수 없었다

1960년대, 겨울 아침이면 온 동네가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밤사이 한 집 식구가 깨어나지 못했다.

1953~1982년 연탄가스 사망
6만명
중증 중독자는 294만 명으로 집계됐다

신문은 연탄가스 중독을 '안방의 사신'이라 불렀다. 그리고 죽은 집을 두고 부주의였다고들 했다.

CH. 2

어머니가 새벽에 연탄을 갈았다

방바닥 아래에서 연탄이 탔다

장작이 귀하던 시절, 도시의 집들은 연탄으로 겨울을 났다. 구멍이 뚫린 검은 탄 한 장이 온 방을 데웠다.

온돌은 방바닥 아래로 연탄불의 열기를 지나가게 하는 구조였다. 연탄을 때는 아궁이와 사람이 자는 방바닥이 맞붙어 있었다.

연탄 한 장은 몇 시간이면 다 탔다. 불이 꺼지면 방은 얼었고, 새 불을 붙이기는 번거로웠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새벽에 일어났다. 연탄집게로 다 탄 탄을 들어내고 새 탄을 얹었다. 불이 꺼질까 하는 두려움이 매일 밤 잠을 끊었다.

그때
방바닥 바로 아래 연탄불
지금
보일러와 도시가스
CH. 3

연탄가스는 무색무취였다

냄새도 색도 없었다

연탄가스의 정체는 일산화탄소였다. 색도 냄새도 없어서, 방 안으로 새어 나와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200배 넘게 강하게 피 속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었다. 숨을 쉴수록 몸은 산소 대신 가스를 실어 날랐다.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에 붙는 힘
200배이상
산소가 붙는 힘보다 강했다

잠든 사이 중독이 시작되면 깨어나 문을 열 힘조차 남지 않았다. 연탄가스는 자는 사람을 노렸다.

집집마다 대비책은 동치미 국물이었다. 가스를 마신 사람에게 무김치 국물을 떠먹였다. 뿌리는 동의보감의 생무즙 처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었다.

CH. 4

원인은 부주의가 아니었다

조심해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죽음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원인을 게으름에서 찾았다. 창문을 안 열어서, 방바닥 틈을 안 막아서 죽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집이었다.

온돌은 방바닥을 연탄불로 직접 데웠다. 구들장에 실금 한 줄만 가도 가스가 방 안으로 새어 올라왔다. 잠든 몸 바로 아래에서.

1960년대 후반, 의학계와 학계는 연탄가스 중독을 다시 불렀다.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앓는 사회적 질병이라고.

CH. 5

보일러가 사신을 몰아냈다

벽 한 겹이 사신을 막았다

1970년대 들어 새마을 보일러가 퍼졌다. 물을 데워 방바닥 아래로 순환시키는 방식이었다. 연탄을 때는 부엌이 방과 떨어졌다.

방과 아궁이 사이에 벽 한 겹이 생기자, 연탄가스가 잠든 몸까지 오는 길이 끊겼다. 이어서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가 연탄을 밀어냈다.

6만 명을 멈춘 것은 조심이 아니라 집의 구조였다. 새벽마다 연탄을 갈던 연탄집게도, 안방의 사신도 함께 사라졌다.

— 끝 —
카톡 한 줄

연탄가스로 죽은 6만 명을 멈춘 건 조심이 아니라, 방과 부엌을 떼어놓은 집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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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4)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