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이 사람을 죽였다
1960년대 겨울 새벽, 안방에서 일가족이 깨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걸 사신이라 불렀다.
안방에 사신이 들었다
겨울 아침, 방문을 열 수 없었다
1960년대, 겨울 아침이면 온 동네가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밤사이 한 집 식구가 깨어나지 못했다.
신문은 연탄가스 중독을 '안방의 사신'이라 불렀다. 그리고 죽은 집을 두고 부주의였다고들 했다.
어머니가 새벽에 연탄을 갈았다
방바닥 아래에서 연탄이 탔다
장작이 귀하던 시절, 도시의 집들은 연탄으로 겨울을 났다. 구멍이 뚫린 검은 탄 한 장이 온 방을 데웠다.
온돌은 방바닥 아래로 연탄불의 열기를 지나가게 하는 구조였다. 연탄을 때는 아궁이와 사람이 자는 방바닥이 맞붙어 있었다.
연탄 한 장은 몇 시간이면 다 탔다. 불이 꺼지면 방은 얼었고, 새 불을 붙이기는 번거로웠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새벽에 일어났다. 연탄집게로 다 탄 탄을 들어내고 새 탄을 얹었다. 불이 꺼질까 하는 두려움이 매일 밤 잠을 끊었다.
연탄가스는 무색무취였다
냄새도 색도 없었다
연탄가스의 정체는 일산화탄소였다. 색도 냄새도 없어서, 방 안으로 새어 나와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200배 넘게 강하게 피 속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었다. 숨을 쉴수록 몸은 산소 대신 가스를 실어 날랐다.
잠든 사이 중독이 시작되면 깨어나 문을 열 힘조차 남지 않았다. 연탄가스는 자는 사람을 노렸다.
집집마다 대비책은 동치미 국물이었다. 가스를 마신 사람에게 무김치 국물을 떠먹였다. 뿌리는 동의보감의 생무즙 처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었다.
원인은 부주의가 아니었다
조심해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죽음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원인을 게으름에서 찾았다. 창문을 안 열어서, 방바닥 틈을 안 막아서 죽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집이었다.
온돌은 방바닥을 연탄불로 직접 데웠다. 구들장에 실금 한 줄만 가도 가스가 방 안으로 새어 올라왔다. 잠든 몸 바로 아래에서.
1960년대 후반, 의학계와 학계는 연탄가스 중독을 다시 불렀다.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앓는 사회적 질병이라고.
보일러가 사신을 몰아냈다
벽 한 겹이 사신을 막았다
1970년대 들어 새마을 보일러가 퍼졌다. 물을 데워 방바닥 아래로 순환시키는 방식이었다. 연탄을 때는 부엌이 방과 떨어졌다.
방과 아궁이 사이에 벽 한 겹이 생기자, 연탄가스가 잠든 몸까지 오는 길이 끊겼다. 이어서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가 연탄을 밀어냈다.
6만 명을 멈춘 것은 조심이 아니라 집의 구조였다. 새벽마다 연탄을 갈던 연탄집게도, 안방의 사신도 함께 사라졌다.
연탄가스로 죽은 6만 명을 멈춘 건 조심이 아니라, 방과 부엌을 떼어놓은 집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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