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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 인물 비화· 공유받은 글

안 죽던 남자, 부검은 달랐다

1916년 12월, 페트로그라드. 한 귀족이 손님에게 독 든 케이크를 권했다. 그런데 손님은 멀쩡했다.

↓ 스크롤
CH. 1

케이크에 든 독이 듣지 않았다

독 든 케이크를 내밀었다

1916년 12월 30일 새벽, 페트로그라드. 젊은 귀족 펠릭스 유수포프가 손님에게 케이크와 포도주를 권했다. 케이크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다.

손님은 케이크를 먹었다. 포도주를 마셨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님의 이름은 그리고리 라스푸틴. 황후가 신뢰한 시베리아 출신 수도자였다.

CH. 2

젊은 귀족이 왕조를 걱정했다

전쟁 3년째, 수도는 불안했다

1916년 겨울, 러시아는 3년째 전쟁 중이었다.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전선에 나가 있었고, 수도 페트로그라드는 황후 알렉산드라가 지켰다.

황후 곁에는 라스푸틴이 있었다. 병약한 황태자의 출혈을 멎게 한다는 시베리아 수도자였다. 장관 임명까지 라스푸틴의 말이 오간다는 소문이 수도에 돌았다.

유수포프는 스물아홉 살의 귀족이었다. 황제의 조카딸 이리나와 결혼한,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부자 가문의 상속자였다.

유수포프는 왕조가 한 사람의 손에 무너지고 있다고 믿었다. 라스푸틴만 사라지면 황제가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 여겼다.

CH. 3

유수포프가 지하실로 초대했다

12월 30일 새벽, 지하실로 불렀다

1916년 12월 30일 새벽, 유수포프가 라스푸틴을 모이카 궁전 지하실로 초대했다. 아내 이리나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지하실 위층에는 공범들이 기다렸다. 황족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대공, 두마의 우익 정치인 푸리시케비치, 군의관 라조베르트였다.

군의관 라조베르트가 케이크와 포도주에 청산가리를 넣었다. 유수포프가 라스푸틴에게 케이크와 포도주를 권했다. 돌아갈 수 없는 밤이 시작됐다.

유수포프의 회고록에 따르면, 라스푸틴은 독이 든 케이크를 먹고 포도주를 비우고도 멀쩡히 앉아 있었다. 유수포프는 위층으로 올라가 공범들에게 독이 듣지 않는다고 알렸다.

CH. 4

부검은 총알 세 발을 찾았다

부검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유수포프의 기록은 계속된다. 독이 듣지 않자 총을 쐈고, 라스푸틴이 되살아나 달려들었고, 다시 쏘고 때린 뒤 얼어붙은 말라야 넵카 강에 던졌다고.

그러나 1916년 12월, 부검의 드미트리 코소로토프가 라스푸틴의 시신을 열었다. 몸 안에서 독은 나오지 않았다.

폐에도 강물이 없었다. 강에 던져지기 전에 이미 숨이 끊겼다는 뜻이었다. 코소로토프가 찾은 것은 총상 세 발, 이마에 밀착해서 쏜 한 발이 섞여 있었다.

부검이 찾은 것
총상 3발
독 0 · 폐 속 강물 0 — 이마에 밀착 사격 한 발

케이크의 독이 왜 안 들었는지도 뒤에 드러났다. 라조베르트는 마지막 순간 겁이 나 독 대신 무해한 가루를 넣었다고 훗날 밝혔고, 라스푸틴의 딸 마리아는 아버지가 단것을 싫어했다고 적었다.

CH. 5

유수포프는 회고록을 거듭 고쳐 썼다

회고록을 거듭 고쳐 썼다

라스푸틴이 죽은 뒤 러시아 혁명이 왔고, 유수포프는 재산을 잃고 유럽으로 망명했다. 1927년 파리에서 유수포프는 라스푸틴을 죽인 밤을 책으로 냈다.

책이 팔릴수록 라스푸틴은 더 안 죽는 존재가 됐다. 독을 견디고, 총알을 견디고, 강물에서 되살아나려 한 괴물. 유수포프는 괴물을 벤 사람이 됐다.

부검서에 적힌 라스푸틴은 총 한 발에 죽은 사람이었다. 안 죽는 남자는 강이 아니라 회고록에서 태어났다.

— 끝 —
카톡 한 줄

라스푸틴이 독도 총알도 안 통하는 괴물이었다는 전설, 알고 보면 부검이 아니라 라스푸틴을 죽인 귀족의 회고록에서 나온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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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8)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