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사라진 풍습· 공유받은 글

서점에 놓을 생각도 없던 만화였다

1983년, 동네 만화방 마룻바닥. 이현세가 빌려주려 그린 만화가 100만 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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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

한 만화가 만화방에서만 돌 예정이었다

1983년, 만화방

1983년 초, 동네 만화방 마룻바닥. 이현세가 만화 한 권을 내놓았다. 서점에 걸 생각은 없었다. 몇 원 받고 빌려주는 만화방용이었다.

완결까지 팔린 부수
100만부
빌려주려던 만화, 1권~30권 완결까지 누적

빌려 보라고 그린 만화였다. 그런데 나중엔 서점 베스트셀러 자리까지 올라갔다. 만화 한 편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려면, 지금은 사라진 한 공간부터 봐야 한다.

CH. 2

만화방이 전국에 1만 8천 곳이었다

마룻바닥의 나라

만화방은 1950년대 중반에 처음 생겼다. 1959년 무렵 전국에서 폭발하듯 늘었다. 1970년대에는 만화방이 1만 8천 곳을 넘었다. 동네마다 한둘씩 있었다.

1970년대 전국 만화방
1만 8천+곳
골목마다 나무 마루 하나씩

만화방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한 권에 몇 원, 마루에 앉아 빌려 보고 나갔다. 만화방 만화는 서점에 오지 않았다. 대본소라 불린 유통망에서만 돌았다.

1970년대 후반 출판계는 몇몇 회사가 만화가를 쥐고 흔들던 시절이었다. 대본소는 젊은 작가가 그나마 그림을 낼 수 있는 문이었다. 1979년, 이현세가 만화가로 데뷔했다. 경북 울진에서 올라온 청년에게 남은 길도 만화방이었다.

CH. 3

이현세가 까치를 그렸다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겼다. 첫 해 삼미 슈퍼스타즈는 지고 또 졌다. 그해 15승 65패, 역대 최저 승률이었다. 이현세는 계속 지는 팀에서 이야기를 봤다.

이현세가 한 인물을 만들었다. 오혜성, 별명은 까치. 가난하고, 재능은 넘치고, 몸은 부서진 투수였다. 상대는 천재 타자 마동탁,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엄지였다.

까치 오혜성
가난한 만신창이 투수
마동탁
모든 걸 가진 천재 타자

이현세가 까치의 이야기를 만화방에 걸기로 했다. 서점이 아니라 대본소였다. 1983년 초, 「공포의 외인구단」이 빌려주는 만화로 세상에 나왔다.

CH. 4

만화방이 나라를 흔들었다

빌려주던 만화가 터졌다

빌려 보라고 그린 만화였다. 그런데 만화방 마룻바닥에서 이야기가 새어 나왔다. 학교에서, 다방에서, 사람들이 까치를 이야기했다.

1983년 초 1권부터 1984년 말 완결 30권까지, 「공포의 외인구단」은 모두 100만 부가 팔렸다. 1986년, 이야기는 서점 단행본으로도 묶여 나왔고, 1986년 8월엔 이장호 감독의 영화로도 옮겨졌다. 이장호의 영화는 그해 한국영화 흥행 1위였다.

정부의 눈
불량 청소년 소굴
실제로는
최대 히트작의 산실

나라가 만화방을 단속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이야기가 만화방 마룻바닥에서 태어났다. 대본소가 1980년대 한국의 진짜 출판사였다. 하필 만화방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1980년대 중반이었다.

CH. 5

만화방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빈 마루

1980년대 중반, 「보물섬」 같은 만화잡지가 서점에 깔렸다. 아이들은 빌리지 않고 사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만화 대여점이, 곧이어 PC방이 동네 골목을 채웠다.

1970년대
1만 8천+ 곳
오늘
동네에서 사라짐

사라진 것은 만화방이었다. 남은 것은 까치였다. 빌려주려고만 그린 만화 한 편은, 자기를 낳은 마루가 없어진 뒤에도 살아남았다.

— 끝 —
카톡 한 줄

빌려 보던 만화가 100만 부가 된 건, 동네 만화방이 그때 한국의 진짜 출판사였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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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