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미스터리·미제· 공유받은 글

일본을 조롱하고 사라졌다

1984년 3월 18일 밤, 니시노미야. 복면 쓴 두 남자가 목욕 중이던 사장을 끌고 갔다.

↓ 스크롤
CH. 1

복면 두 남자가 사장을 끌고 갔다

복면 두 남자가 사장을 끌고 갔다

1984년 3월 18일 밤, 니시노미야. 복면을 쓴 두 남자가 한 집에 들이닥쳤다. 목욕 중이던 에자키 글리코 사장 에자키 가쓰히사를 끌고 사라졌다.

에자키 가쓰히사는 사흘 뒤 오사카의 한 창고에서 스스로 도망쳐 나왔다. 몸값은 오가지 않았고, 두 남자는 잡히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유괴 미수 한 건이었다. 그런데 두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일본 전체를 상대로 판을 키웠고, 1년 반을 조롱하다,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무엇이 범인들을 멈추게 했을까.

1년 반 동안 붙잡힌 사람
0명
수만 명이 투입된 수사였다
CH. 2

괴인 21면상이 이름을 지었다

범인들이 소설에서 이름을 빌렸다

1984년 봄의 일본은 풍요로웠다. 풍요를 상징하는 얼굴 가운데 하나가 글리코 같은 과자 회사였다. 범인들은 바로 그 과자 회사의 이름값을 노렸다.

범인들은 스스로를 '괴인 21면상'이라 불렀다. 에도가와 란포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변장의 명수 '괴인 이십면상'에 얼굴 하나를 더 붙인 이름이었다. 소설 속 괴도처럼, 범인들은 잡히지 않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요구는 컸다. 글리코에 현금 10억 엔과 금괴 100킬로그램. 회사가 응하지 않자 공장에 불을 질렀고, 협박 대상을 마루다이·하우스·모리나가로 넓혀 갔다.

그런데 범인들이 진짜 원한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경찰과 신문사에 편지를 140여 통이나 보냈다. 돈을 받고 조용히 사라지려는 범인이, 왜 스스로 편지를 이렇게 많이 썼을까.

“얼빠진 경찰 나리들에게. 거짓말은 하지 마라.”
— 범인들이 경찰에 보낸 편지 중
CH. 3

범인들이 과자에 독을 넣었다

돈에서 독으로, 선을 넘었다

1984년 10월, 오사카·교토·효고·아이치의 슈퍼마켓 진열대에 모리나가 과자가 놓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과자였다.

모리나가 과자 봉지에는 손글씨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진짜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다. 협박 문구가 아니라, 실제 독이었다.

과자에 독을 넣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었다. 돈을 뜯는 협박에서, 누구의 아이가 집어 들지 모를 과자에 독을 심는 쪽으로. 범인들은 스스로 살인의 문턱을 넘었다.

“독 들었다. 위험. 먹으면 죽는다. 괴인 21면상.”
— 진열대의 청산가리 과자에 붙은 딱지, 1984년 10월
CH. 4

경찰 간부가 스스로 불탔다

쫓던 경찰이 먼저 무너졌다

경찰은 몇 번이나 가까이 갔다. 몸값을 건네는 현장마다 '여우눈 사내'라 불린 남자가 나타났다. 1984년 6월과 11월, 경찰은 여우눈 사내를 두 번 코앞에서 놓쳤다.

놓칠 때마다 편지가 날아왔고, 조롱은 더 독해졌다. 수만 명을 동원한 수사는 1년이 넘도록 얼굴 하나 잡지 못했다.

1985년 8월 7일, 시가현 경찰본부장 야마모토 쇼지가 사직 회견을 마쳤다. 8월 7일 밤 자택에서 몸에 등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유서 세 통이 남았다. 글리코·모리나가 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독이 든 과자를 먹은 아이가 아니라 범인을 쫓던 경찰 간부였다.

닷새 뒤인 8월 12일, 마지막 편지가 왔다. 먹거리 회사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이었다. 범인들은 마지막 편지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본부장에게 보내는 조의라고 했다. 그리고 괴인 21면상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먹거리 회사 괴롭히는 거, 이제 그만두자.”
— 괴인 21면상의 마지막 편지, 1985년 8월 12일
CH. 5

사건은 완전범죄로 끝났다

일본 최초의 미제로 남았다

2000년 2월 13일, 마지막 공소시효가 끝났다. 유괴도, 청산가리 과자도, 이제 누구도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일본 경찰이 전국 규모로 지정한 중요 사건 가운데,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첫 사례였다. 140여 통의 편지, 수만 명의 수사, 그리고 완전한 침묵.

청산가리가 든 과자를 먹고 죽은 사람은 없었다. 1년 반의 소동에서 목숨을 잃은 단 한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 범인을 쫓던 경찰 간부 야마모토 쇼지였다.

독 과자를 먹고 죽은 사람
0명
사건으로 죽은 사람
1명
— 끝 —
카톡 한 줄

일본 최초의 미제 대사건 글리코·모리나가, 유일한 사망자는 범인이 아니라 범인을 쫓던 경찰 간부였다고.

공유한 글은 영원히 남아요. 받은 사람도 같은 글을 볼 수 있어요.

▶ 영상으로 보기
출처 (3)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