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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 미스터리·미제· 공유받은 글

그가 읽은 건 글자가 아니었다

1921년 봄, 필라델피아. 한 교수가 아무도 못 읽던 책을 읽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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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

한 교수가 못 읽던 책을 읽었다고 했다

읽었다고 한 남자

1921년 봄, 필라델피아. 윌리엄 뉴볼드가 학자들 앞에 섰다. 아무도 한 글자도 못 읽던 책을, 자신이 읽어냈다고 말했다.

책의 이름은 보이니치 문서. 600년 된 양피지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글자가 빽빽했다.

발견 100여 년간 해독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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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암호학자 모두 실패했다
CH. 2

1912년, 보이니치가 낡은 상자를 열었다

낡은 상자 속의 책

1912년, 로마 근교의 몬드라고네 저택. 고서적상 윌프리드 보이니치가 낡은 상자 속 책 한 권을 사들였다. 책 이름은 이후 보이니치의 성을 따랐다.

훗날 과학자들이 양피지의 탄소를 쟀다. 1404년에서 1438년 사이. 잉크도 안료도 15세기 것이 맞았다. 근래에 지어낸 위조가 아니었다.

황제 루돌프 2세가 치른 값
600 두카트
책에서 읽어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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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보이니치가 한 사람을 찾아갔다. 펜실베이니아대 철학교수 윌리엄 뉴볼드. 학계가 믿는 이름이었다. 뉴볼드는 보이니치 문서를 자기 손으로 풀기로 마음먹었다.

CH. 3

1921년 4월, 뉴볼드가 답을 발표했다

돋보기 아래의 글자

뉴볼드는 돋보기를 들이댔다. 글자 안에, 맨눈으로는 안 보이는 아주 작은 표식들이 숨어 있다고 했다. 작은 표식을 짜맞추면 라틴어 문장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짜맞춘 문장은 13세기 수도사 로저 베이컨을 가리켰다. 뉴볼드는 베이컨이 이미 현미경과 망원경을 만들어 세포와 별을 봤다고 읽어냈다. 중세가 삼켜버린 과학이 책 속에 있다는 뜻이었다.

1921년 4월, 미국철학회. 뉴볼드가 해독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학계 전체 앞에서 자기 이름을 걸었다. 되돌릴 수 없는 자리였다. 신문이 받아 적었고, 세계가 베이컨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CH. 4

1931년, 맨리가 균열을 가리켰다

잉크의 균열

1926년, 뉴볼드가 세상을 떠났다. 책을 풀었다고 믿은 채였다.

1931년, 옛 친구가 나섰다. 시카고대 교수 존 맨리. 학술지 《스페쿨룸》에 뉴볼드의 해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맨리가 밝힌 것은 단순했다. 뉴볼드가 글자라 부른 작은 표식은, 600년 묵어 마른 잉크가 갈라진 금이었다. 짜맞추기 방식은 너무 헐거워서, 같은 규칙으로 어떤 문장이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뉴볼드는 책을 읽은 게 아니었다. 마른 잉크의 금에서, 자기가 보고 싶던 문장을 읽어낸 것이었다.

CH. 5

책은 지금도 예일에 있다

여전히 아무도

보이니치 문서는 1969년부터 예일대 바이네케 도서관에 있다. 목록 번호는 MS 408. 양피지의 나이는 과학이 확인했지만, 글자의 뜻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뉴볼드 뒤로도 여러 사람이 풀었다고 나섰다. 언어학자도, 의사도, 프로그래머도. 발표가 나올 때마다 반박이 따라붙었고, 읽어낸 문장은 매번 발표한 사람의 전공을 닮아 있었다.

600년 된 책 한 권이 사람을 시험하는 방식은 늘 같았다. 빈칸을 내밀면, 읽는 사람은 자기 안에 있던 답을 적어 넣었다.

— 끝 —
카톡 한 줄

보이니치 문서를 100년째 아무도 못 읽는 건 암호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마다 자기 마음을 읽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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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5)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