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수가 73년 된 시신에 이름을 줬다
1948년 12월, 애들레이드 해변에서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됐다. 바지 속 숨은 주머니엔 '끝났다'는 종이 한 조각뿐이었다.
한 남자가 이름 없이 죽었다
1948년 12월 1일, 소머튼 해변
1948년 12월 1일 아침,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근처 소머튼 해변에서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됐다.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었는데, 몸에서 신분을 알려줄 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주머니엔 쓰지 않은 기차표와 버스표, 빗, 껌, 담배가 있었다. 신분증은 없었다. 옷에 붙어 있던 상표는 모두 뜯겨 있었다.
“Tamám Shud — 페르시아어로 '끝났다'”
온 세상이 이름을 못 찾았다
이름을 찾을 단서가 없었다
1940년대 말은 냉전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경찰은 지문을 전 세계 수사기관에 돌리고 치과 기록을 대조했다. 어디에도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몇 달 뒤, 한 남자가 자기 차 안에서 나온 책 한 권을 경찰에 가져왔다. 1941년 뉴질랜드에서 찍은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였다. 마지막 페이지 한 귀퉁이가 찢겨 있었다. 시신 주머니에서 나온 종이 조각이 찢긴 자리에 딱 맞아 들어갔다.
책 뒤표지엔 대문자로 눌러 쓴 다섯 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글레넬그에 사는 간호사 제시카 톰슨의 전화번호. 톰슨은 남자를 모른다고 했다.
데릭 애벗이 사건을 파고들었다
2009년, 공학 교수가 뛰어들었다
2009년 3월, 애들레이드대학교 공학 교수 데릭 애벗이 소머튼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애벗은 신호처리를 가르치는 사람이었지 형사가 아니었다. 이름 없이 묻힌 남자 하나가 애벗을 놓아주지 않았다.
문제는 시신이었다. 남자는 1948년에 묻혔고, 무덤을 파려면 주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다. 신청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60년 넘게 웨스트테라스 묘지에 묻힌 남자에게서 DNA를 얻을 길이 막혀 있었다.
그래서 애벗은 다른 길을 택했다. 1949년, 경찰은 남자의 얼굴과 어깨를 본떠 석고 마스크를 만들어 두었다. 석고 안에는 남자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애벗은 무덤 대신 석고 마스크에서 DNA를 뽑기로 했다.
머리카락 한 올이 이름을 불렀다
2022년 7월, 이름이 나왔다
2021년 5월, 마침내 시신이 발굴됐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는 작업은 발굴 전부터 이미 시작돼 있었다. 애벗은 미국의 계보학자 콜린 피츠패트릭과 손잡고, 석고 속 머리카락 DNA로 거대한 가계도를 그려 나갔다.
약 4천 개의 이름이 가계도에 걸렸다. 애벗과 피츠패트릭은 이름을 하나씩 지워 한 사람으로 좁혀 들어갔고, 후보가 된 인물의 살아있는 친척들의 DNA로 대조했다.
다만 칼 웹이 왜 소머튼 해변에서 죽었는지, 왜 상표를 다 뜯고 이름을 지운 채 소머튼 해변에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찰과 법과학 당국은 애벗의 결과를 아직 공식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무명의 남자는 칼 웹이 되었다
찾은 사람과 찾아준 사람
데릭 애벗이 소머튼 사건을 붙잡은 지 13년이 걸렸다. 13년 동안 애벗은 사건 한복판에 있던 간호사 제시카 톰슨의 손녀 레이철 이건과 결혼했다.
낯선 남자의 이름을 찾아 나선 공학 교수 한 사람이, 정작 소머튼 사건과 얽힌 가족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소머튼 해변의 남자는 73년 만에 칼 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렸다.
73년간 이름 없던 소머튼 해변의 남자를 찾아낸 건 경찰이 아니라, 사건 속 가족의 일원이 된 공학 교수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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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으로 보기출처 (6)
- Somerton Man — Wikipedia
- Somerton man mystery 'solved' as DNA points to man's identity — CNN (2022-07-26)
- Somerton Man remains exhumed after dig in Adelaide's West Terrace Cemetery — ABC News (2021-05-19)
- Somerton Man Charles Webb's true identity revealed — ABC News (2022-11-21)
- An expert who worked to identify the Somerton Man … like solving a Sudoku (Colleen Fitzpatrick, ~4,000 names) — ABC News (2022-07-27)
- 'Did he marry me for my DNA?' — Abbott & Rachel Egan (Jessica Thomson 손녀) — ABC News (201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