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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 미스터리·미제· 공유받은 글

이름이 암호 안에 있다고 했다

1969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한 살인자가 신문사에 암호를 보냈다. '내 정체가 여기 있다.'

↓ 스크롤
CH. 1

살인자가 암호를 보냈다

이름이 여기 있다

1969년 7월 31일, 샌프란시스코 만안. 한 살인자가 신문사 세 곳에 편지를 나눠 보냈다.

봉투 안에는 기호 408개가 줄지어 있었다. 살인자는 편지에 자기 정체가 408개 기호 속에 숨어 있다고 적었다.

“이 암호 안에 내 정체가 있다.”
— 조디악이 신문사에 보낸 편지, 1969년 7월 31일
CH. 2

전문가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만안이 얼어붙었다

1968년부터 만안 일대에서 젊은 연인들이 잇따라 살해됐다. 범인은 스스로를 조디악이라 불렀고, 편지로 경찰을 조롱했다.

1969년 7월 31일 보낸 암호는 세 조각으로 잘려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이그재미너, 밸레이오 신문이 각각 한 조각씩 받았다. 세 조각을 맞추면 기호 408개였다.

FBI와 미 해군 암호 전문가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며칠이 지나도 한 줄도 풀리지 않았다.

북살리나스 고등학교 교사 도널드 하든과 아내 베티 하든은 신문에 실린 기호를 오려 부엌 식탁에 펼쳐 놓았다.

달려든 쪽
FBI·미 해군 암호 전문가
실제로 푼 쪽
고등학교 교사 부부
CH. 3

베티가 살인자의 허영에 걸었다

'나는'으로 시작할 것이다

베티 하든은 암호를 기호부터 풀지 않았다. 대신 편지를 쓴 사람을 상상했다. 이름을 숨겨 놓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이라면, 문장을 자기 이야기로 시작할 거라고 봤다.

베티 하든은 암호가 '나는(I)'으로 시작하고, 어딘가에 '죽인다(KILL)'는 단어가 들어 있을 거라고 걸었다. 살인을 자랑하고 싶은 자라면 KILL 이라는 단어를 못 참을 거라 봤다.

베티의 짐작이 열쇠였다. 하든 부부는 일주일 남짓 만에 기호 408개를 대부분 풀어 경찰에 넘겼다. FBI도 미 해군도 못 한 일이었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게 좋다. 너무나 재미있으니까.”
— 408 암호 해독문, 1969년
CH. 4

약속한 이름은 없었다

이름 대신 한 줄

암호를 다 풀고 보니, 정체가 있다던 자리에 이름은 없었다. 살인을 자랑하는 문장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딱 한 줄이 남았다.

“나는 너희에게 내 이름을 주지 않겠다.”
— 408 암호 해독문의 끝부분, 1969년

게다가 암호 맨 끝 기호 18개는 끝내 풀리지 않았다. 정체가 있다던 약속은 조롱이었다.

1969년 11월 8일, 조디악은 크로니클에 두 번째 암호를 보냈다. 이번엔 기호 340개였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라는 편지가 함께 왔다.

408은 일주일 만에 풀렸지만, 340은 달랐다. 해가 바뀌고 세기가 바뀌어도 아무도 풀지 못했다.

CH. 5

51년 뒤 세 사람이 풀었다

세 대륙, 한 프로그램

2020년 12월 5일, 미국의 데이비드 오랜책, 호주 수학자 샘 블레이크, 벨기에 프로그래머 야를 판에이케가 340 암호를 풀어 FBI에 보냈다. 샘 블레이크는 340 암호를 읽는 순서만 65만 가지라고 계산했고, 야를 판에이케가 만든 해독 프로그램이 65만 가지 중 하나를 찾아냈다.

340 암호가 풀리는 데 걸린 시간
51년
1969년 11월 → 2020년 12월

340 암호에도 이름은 없었다. 잡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조롱이 다시 있을 뿐이었다. 조디악이 암호에 숨긴 건 이름이 아니라, 끝까지 쫓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 끝 —
카톡 한 줄

조디악의 첫 암호를 푼 건 FBI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사 부부였고, 정작 살인자의 이름은 암호에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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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9)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