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못 한 걸 케이프타운이 했다
1967년 12월 3일 케이프타운. 한 식료품상의 심장이 들려 나오고, 빈 가슴에서 낯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빈 가슴에서 심장이 뛰었다
1967년 12월 3일, 케이프타운
한 식료품상의 심장이 가슴에서 들려 나왔다. 그 빈 자리에서, 낯선 사람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심장 연구는 케이프타운이 아니라 미국에 있었다.
미국은 개의 심장을 옮기고 있었다
심장을 옮기는 경주
1960년대 스탠퍼드에서, 노먼 셤웨이와 리처드 로어가 개의 심장을 수백 번 옮겼다. 심장 이식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실험실에서 개는 새 심장으로 살아났다. 남은 질문은 하나, 누가 사람에게 먼저 하느냐였다. 우주 경쟁만큼 뜨거웠다.
케이프타운의 외과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도 경주에 뛰어들었다. 바너드는 1966년 미국에서 리처드 로어가 개의 심장을 옮기는 걸 직접 지켜보며 그 기법을 배웠다.
바너드는 첫 번째가 되고 싶었다. 심장 연구의 중심은 미국이었지만, 바너드는 미국이 갖지 못한 것을 케이프타운에서 쥐고 있었다.
아버지가 4분 만에 답했다
메인 로드의 자동차
1967년 12월, 케이프타운 옵서버토리의 메인 로드. 스물다섯 살 드니즈 다발이 어머니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다. 어머니는 현장에서 곧바로 숨졌다.
드니즈 다발은 두개골이 부서졌다. 의사들은 살릴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버지 에드워드 다발에게 물었다. 딸의 심장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느냐고.
드니즈 다발이 병원에 실려 온 밤, 크리스티안 바너드가 결정했다. 드니즈 다발의 심장을 멈추고, 죽어가던 식료품상 루이스 바스칸스키에게 옮기기로 했다. 되돌릴 수 없는 밤이었다.
심장병으로 죽어가던 루이스 바스칸스키가 수술대에 올랐다. 낯선 심장이 바스칸스키의 가슴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심장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죽음을 뭐라고 부르는가
왜 미국이 아니었을까. 답은 기술이 아니라 법에 있었다.
1967년 미국법은 죽음을 '심장이 멈춘 상태'로 정의했다. 그래서 미국 외과의사들은 기증자의 심장이 스스로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장이 멈추면 그 심장도 상한다. 셤웨이는 최고의 기술을 갖고도 법이라는 벽 앞에서 멈춰 있었다.
남아프리카의 법은 느슨했다. 바너드에게 필요한 건 법의학자 한 명의 승인뿐이었다. 바너드가 먼저 해낸 건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법이 허락하는 곳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초의 심장은 미국이 아니라 케이프타운에서 뛰었다. 이유는 죽음의 정의 한 줄 차이였다.
새 심장은 18일을 뛰었다
18일
루이스 바스칸스키는 18일을 살았다. 1967년 12월 21일, 폐렴으로 숨졌다.
심장을 거부하지 않게 하려고 몸의 면역을 억눌렀다. 면역을 억누른 약이 바스칸스키를 감염 앞에 무방비로 만들었다.
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상으로 뛰었다. 바스칸스키는 떠났지만, 가슴을 열어 남의 심장을 넣어도 된다는 문은 1967년 12월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
세계 최초 심장이식이 미국 아닌 케이프타운에서 나온 건, 기술이 아니라 '죽음을 뭐라 부르느냐'의 차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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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8)
- Denise Darvall — Wikipedia
- Louis Washkansky — Wikipedia
- Chimps, racism and the definition of death — The Conversation
- First human heart transplant, December 3 1967 — HISTORY
- World's First Human Heart Transplant — University of Cape Town
- Richard Lower (surgeon) — Wikipedia (개 심장 이식 250회+, 스탠퍼드→버지니아 의대 이동)
- Doctor Richard Lower — Heart of Cape Town Museum (바너드가 1966년 미국에서 로어의 개 심장 이식을 참관)
- 50 years ago, Stanford heart doctors made history — Stanford Medicine (1967 죽음의 법적 정의, 셤웨이가 대기 강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