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한국 현대사· 공유받은 글

560만원이 17년이 되었다

1988년 10월 16일, 서울 북가좌동. 포위된 그가 마지막으로 틀어 달라 한 건 노래 한 곡이었다.

↓ 스크롤
CH. 1

한 남자가 노래를 요구했다

1988년 10월 16일, 서울 북가좌동

집 한 채를 경찰이 둘러쌌다. 안에는 총을 든 탈주범과 인질로 붙잡힌 한 가족이 있었다.

대치는 밤을 꼬박 넘겼다. 협상 끝에 탈주범이 요구한 건 돈도, 달아날 차도 아니었다.

최후의 요구
노래 한 곡
비지스 '홀리데이' 카세트테이프

노래가 흐르는 동안에도, 생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탈주범의 이름조차 몰랐다.

CH. 2

지강헌은 좀도둑이었다

1988년, 두 개의 한국

1988년 가을, 서울은 올림픽으로 단장했다. 전 세계가 잠실을 지켜봤다.

같은 가을, 영등포교도소 안에 지강헌이 있었다. 560만원가량을 훔친 좀도둑이었다.

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거기에 보호감호 10년이 더 붙었다. 형을 다 살고도 다시 가둘 수 있다는 제도였다. 560만원이 17년이 되었다.

560만원 절도
17년
징역 7년 + 보호감호 10년

교도소 안에서 지강헌은 다른 이름 하나를 전해 들었다.

CH. 3

지강헌이 탈출을 결심했다

1988년 10월 8일

지강헌이 들은 이름은 전경환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이끌던 사람이었다.

전경환의 횡령 액수는 7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지강헌의 560만원과는 자릿수가 달랐다. 지강헌은 탈출을 결심했다.

10월 8일,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감되던 호송 버스 안. 재소자 25명 중 12명이 교도관을 제압하고 서울 시내로 흩어졌다. 지강헌도 함께였다.

이감 버스
12명
재소자 25명 중 탈주

10월 15일 밤, 지강헌은 북가좌동의 한 집으로 들어갔다.

CH. 4

지강헌이 세상을 향해 외쳤다

1988년 10월 16일, 북가좌동

경찰이 집을 완전히 포위했다. 생방송 카메라가 담장 밖에 섰다. 전국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지강헌은 창문 너머로 세상을 향해 말했다.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 지강헌, 1988년 10월
지강헌
17년
전경환
7년

560만원을 훔친 사람은 17년을 받았고, 70억원을 횡령한 사람은 7년을 받았다. 지강헌이 외친 말은 두 형량 사이 간극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강헌은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 달라고 했다.

CH. 5

지강헌은 병원에서 숨졌다

노래가 끝나고, 지강헌은 유리조각으로 스스로를 찔렀다. 경찰의 총이 뒤따랐다. 1988년 10월 16일 오후, 지강헌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숨졌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강헌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560만원과 70억원 사이의 간극을 가리키는 말로, 한국어 안에 남았다.

2006년 극장에 걸린 영화의 제목은, 지강헌이 마지막으로 요구한 노래와 같은 '홀리데이'였다.

560만원을 훔친 좀도둑의 마지막 말이, 70억원을 삼킨 이름보다 오래 남았다.

— 끝 —
카톡 한 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 560만원 훔쳐 17년 산 사람이 70억 횡령한 사람의 형량을 보고 한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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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6)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