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Calypso · 세계사 한국인 모름· 공유받은 글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 11일을 걸었다

1971년 12월 24일, 페루 상공. 열일곱 살 소녀가 비행기에서 떨어졌다. 정글에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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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

소녀는 좌석에 묶인 채 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떨어진 소녀

1971년 12월 24일, 페루 상공. 여객기 한 대가 폭풍 속에서 두 동강 났다. 그 소녀는 좌석에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떨어졌다.

추락 높이
3,000m
좌석에 묶인 채 아마존 숲으로 떨어졌다

비행기에는 아흔두 명이 타고 있었다. 아흔한 명이 숨졌다. 열흘하고 하루가 더 지난 뒤, 정글을 걸어 나온 사람은 열일곱 살 한 명뿐이었다.

CH. 2

부모가 가족을 정글로 데려갔다

정글이 집이던 아이

율리아네 쾨프케의 부모는 둘 다 동물학자였다. 1968년 즈음, 부부는 수도 리마의 집을 두고 아마존 한가운데에 판구아나라는 연구소를 세웠다. 열네 살 율리아네도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서 보낸 나날 동안 율리아네는 아마존을 몸으로 익혔다. 어떤 물이 마셔도 되는 물인지, 어떤 소리가 위험한지, 길을 잃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버지가 하나씩 가르쳤다.

1971년 12월, 율리아네는 리마에서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크리스마스를 숲의 아버지 곁에서 보내려던 길이었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아마존 위를, 비행기가 지나고 있었다.

리마
부부가 떠나온 수도
판구아나
아마존 한가운데 세운 연구소
CH. 3

율리아네는 물을 따라가기로 했다

개울을 향해 걷다

율리아네는 숲 바닥에서 눈을 떴다. 쇄골이 부러져 있었고, 한쪽 팔은 깊이 베였고, 한쪽 눈은 부어 있었다. 안경은 떨어지며 잃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행기 잔해 사이에서 율리아네가 찾아낸 건 사탕 한 봉지뿐이었다. 하루를 기다려도 비행기도 사람도 오지 않았다. 남은 길은 하나였다. 스스로 걸어 나가는 것.

“작은 물줄기는 큰 물줄기로 모이고, 큰 강가에는 사람이 산다. 길을 잃으면 물을 따라 내려가라.”
— 율리아네가 아버지에게 배운 생존법

율리아네는 잔해를 뒤로 하고 작은 개울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한 번 숲으로 들어가면 돌아올 길은 없었다. 물을 따라 내려가는 것 말고 기댈 것이 없었다.

CH. 4

숲을 아는 아이였다는 것이 율리아네를 살렸다

길 잃은 관광객이 아니었다

열흘 동안 율리아네는 비를 맞으며 개울을 따라 내려갔다. 사탕은 곧 떨어졌다. 베인 팔에는 구더기가 들끓었다. 안경이 없어 눈앞은 흐릿했다.

그래도 율리아네는 멈추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걸 숲에서 자란 아이는 알았다. 마실 수 있는 물과 그렇지 않은 물을 가렸고, 개울이 흐르는 쪽을 한 번도 등지지 않았다.

열일곱 소녀가 홀로 열흘을 버틴 건 운이 아니었다. 율리아네는 아마존을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물이 안전한지, 물소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몸을 어떻게 지키는지 — 율리아네가 떨어진 아마존은, 어릴 때부터 집이었다.

비행기가 추락시킨 소녀를, 율리아네가 자란 숲이 걸어 나오게 하고 있었다.

CH. 5

율리아네는 아마존으로 돌아갔다

숲으로 돌아온 사람

열흘째 되던 날, 율리아네는 강가에서 빈 오두막 한 채와 작은 배를 발견했다. 팔의 상처는 구더기로 썩어 가고 있었다. 율리아네는 배의 연료통을 열어 기름을 상처에 들이부었다. 아버지가 개의 상처에 기름을 넣어 구더기를 몰아내던 것을 떠올린 처치였다.

이튿날, 돌아온 벌목꾼들이 오두막에서 율리아네를 발견했다. 벌목꾼들은 카누로 열한 시간을 저어 율리아네를 사람 사는 곳으로 데려갔다. 하루 뒤 율리아네는 아버지 곁으로 돌아갔고, 어머니의 시신은 1972년 1월에야 숲에서 발견됐다.

율리아네 쾨프케는 생물학자가 됐다. 박쥐를 연구해 박사가 됐고, 2000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판구아나 연구소를 물려받아 운영했다. 열일곱에 떨어졌던 아마존이, 평생의 일터가 됐다.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하는 생각은 늘 따라다닌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율리아네 쾨프케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를 살린 건, 떨어진 자리가 낯선 숲이 아니라 익숙한 집이었다는 사실이었다.

— 끝 —
카톡 한 줄

아마존에 떨어진 소녀가 혼자 살아 나온 건, 그 정글이 어릴 때부터 집이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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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4)
내일, 또.